사람 뇌세포 20만 개로 돌아가는 컴퓨터… 퐁 게임을 AI보다 적은 데이터로 배웠다

호주 코티컬랩스의 바이오컴퓨터 CL1, '생물학적 데이터센터' 현장 취재 (동아사이언스 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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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스타트업 코티컬랩스(Cortical Labs)는 살아 있는 사람 뇌세포로 연산하는 바이오컴퓨터 'CL1'을 운영한다. 동아사이언스 유튜브 채널 '씨즈(SEIZE)'가 이 시설을 직접 취재했다. CL1 한 대에는 약 20만 개의 뇌세포가 들어 있다. 장비의 대부분은 세포를 살려 두는 생명유지 장치다. 영양액, 산소·이산화탄소 혼합 기체, 온도를 맞추는 히터, 노폐물을 거르는 필터와 이를 순환시키는 펌프로 이뤄져 있다. 뇌세포는 기증받은 사람의 혈액에서 만든다. 혈액 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iPSC)로 되돌린 뒤 신경세포로 분화시킨다. 성인 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이 방법은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기술이다. 세포는 전극 위에서 자란다. 연구자는 전극으로 세포에 전기 자극을 주고, 세포가 내는 전기 신호를 읽는다. 이 장비는 원격으로 빌려 쓸 수 있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대륙의 연구자가 접속해 쓴다. 회사가 이곳을 '생물학적 데이터센터'라 부르는 이유다. 대표 실험은 퐁(Pong) 게임이다. 공의 위치를 전기 자극으로 알려 주고, 세포의 신호 패턴 일부를 '왼쪽', 일부를 '오른쪽' 이동으로 정한다. 공을 맞히면 규칙적인 신호를, 놓치면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한 신호를 준다. 뇌세포가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을 피하려 한다는 이론에 기댄 학습법이다. 회사는 이 방식으로 세포가 AI보다 적은 데이터로 퐁을 배웠다고 설명한다. 브렛 케이건 최고경영자(CEO)는 목표가 기존 AI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뛰어난 로봇도 아직 꿀벌만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생물은 그 일을 잘한다는 것이다. 로봇 제어처럼 실시간 적응이 필요한 영역을 우선 노린다. 배경에는 AI의 전력 문제가 있다. 사람 뇌는 작은 전구 하나 정도의 전력으로 움직인다. 데이터와 전력을 덜 쓰는 연산이 가능하다면 AI 확장의 병목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학습 효율 비교는 회사 쪽 설명이고, 어떤 과제에서 얼마나 유리한지는 아직 폭넓게 검증되지 않았다. 세포 기증자의 동의 범위를 비롯한 윤리 기준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회사는 윤리 승인 범위 안에서만 기증자를 받고 있으며, 그 기준을 갱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